배양육

배양육과 지역 농축산업의 전환 전략 및 상생 모델

elkeul-news 2025. 7. 12. 14:20

 서론

배양육은 전통 축산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 기술로 소개되면서 종종 ‘축산업의 대체자’로만 인식되곤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합적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배양육이 축산업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농축산업과 새로운 형태로 연계·전환·상생하면서 지역경제와 농가 소득을 동시에 지켜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축산 농가의 축적된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 배양육 원료 세포 공급, 부산물 연계, 공동 브랜드 개발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배양육과 지역 농축산업이 공존해야 하는지, 해외의 연계 사례는 무엇이 있는지, 한국이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단계별 상생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 과제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왜 지역 농축산업과 배양육은 함께 가야 하는가

전통 축산업은 지역 경제의 근간입니다. 한국만 해도 축산업은 농업 총생산의 약 40%를 차지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과 농가 소득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에 따른 탄소배출, 사료비 상승, 질병 리스크 등으로 지속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농가들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배양육은 도축을 줄이고 환경 부담을 낮춘다는 점에서 대체 기술로 주목받지만, 대량생산이 정착되기까지는 전통 축산업과의 병행이 불가피합니다. 게다가 축산 농가가 보유한 가축 관리 기술, 번식 노하우, 부산물 처리 인프라는 배양육 생산 초기에도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따라서 두 산업은 경쟁 구도가 아니라, 지역 농가가 배양육 공급망의 일부로 전환되며 새로운 수익을 확보하는 공존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양육과 지역 농축산업의 전환 전략

 해외 지역 상생 모델 사례

일부 선진국에서는 축산 농가와 배양육 스타트업이 협력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배양육 기업은 소 농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건강한 가축에서 주기적으로 세포를 채취해 원료 세포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농가는 살아있는 가축을 유지하면서 세포 공급으로 추가 소득을 얻습니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축산 농가가 배양육 원료 공급자이자 공동 브랜드 파트너가 되어, ‘방목육+배양육’ 혼합 제품을 개발하거나, ESG 인증을 받아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윤리적이고 투명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안정적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입니다.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에서는 축산업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해외 농가와 원료 공급 파트너십을 맺어 국경을 넘는 배양육 원료 공급망을 실험하기도 합니다.

 

 한국형 지역 상생 모델과 추진 전략

한국의 경우 지역 농축산업은 이미 전국 곳곳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한우, 한돈, 닭고기 등 지역 특화 브랜드가 많아 배양육과 결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상생 모델은 ‘원료 세포주 공급 농가’ 역할입니다. 건강한 가축에서 세포를 주기적으로 채취해 배양육 기업에 공급하면 농가는 도축 수익 외에 안정적인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축산 부산물(혈청 대체 소재, 사료 부산물)도 배양육 배양액 원료로 연구될 수 있기 때문에, 농가는 부산물 판매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지역 축산 브랜드는 배양육 기업과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동물복지 인증+배양육 ESG 인증’을 결합한 고급 혼합 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농가가 자체적으로 소규모 배양육 설비를 클러스터 단위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이때는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공장과 인증센터를 지원해 농가 단독으로는 어려운 품질 관리와 위생 관리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단계별 전환 로드맵과 정책 과제

한국은 다음과 같은 단계별 접근으로 지역 농축산업과 배양육의 상생 모델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1단계 — 농가 인식 개선: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배양육 기술 설명회와 시범사업을 통해 ‘경쟁이 아니라 상생’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해야 합니다.

2단계 — 원료 공급 네트워크 구축:
건강한 가축 개체군에서 세포를 안정적으로 채취하고 이를 배양육 기업과 연결하는 표준 계약 모델을 마련해야 합니다.

3단계 — 클러스터형 공동 설비:
농가 단독 설비는 비용 부담이 크므로 지역별로 공동 파일럿 배양 시설, 배양액 공동 생산 설비 등을 지원해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합니다.

4단계 — 공동 브랜드와 판로 확장:
지역 농축산 브랜드와 배양육 스타트업이 ESG 인증을 결합해 프리미엄 혼합 육류를 개발하고, 국내외 프리미엄 시장에 공동 진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배양육 농가 전환 지원금, 교육 프로그램, 품질 인증 제도 등을 단계별로 연계해야 합니다. 소비자에게는 ‘농가와 함께하는 친환경 육류’라는 신뢰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지역 축산업의 전환이 원활해질 것입니다.

 

 마무리

배양육은 전통 축산업의 경쟁자가 아니라, 지역 농축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미래 파트너입니다. 한국은 축산 농가의 자산과 배양육 기술을 결합해,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를 동시에 해결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