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육 산업에 적합한 ESG 경영 모델
전 세계 기업 경영의 키워드는 이제 ‘성장’만이 아닙니다.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사회적 불평등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가치를 함께 고려한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특히 식량산업은 농업·축산업의 특성상 탄소 배출과 자원 사용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ESG 논의에서 항상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배양육 산업은 기존 축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환경 부담과 동물복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 ESG 혁신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 잠재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배양육 기업이 ESG 경영을 제대로 설계하고 실천해야만 소비자와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배양육에 최적화된 ESG 경영이란 무엇인지, 글로벌 모범 사례는 어떤지, 한국이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까지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배양육 산업이 주목받는 ESG 관점의 이유
전통 축산업은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14%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온실가스의 주요 발생원입니다. 가축 사료를 위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대규모 공장식 축산에서 발생하는 수질·토양 오염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또한 도축 과정에서의 동물 학대,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 리스크는 소비자 안전과 직결됩니다.
이와 달리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을 대량으로 사육할 필요가 없어 동물권 보호라는 ‘S’ 가치(사회적 책임)를 충족할 수 있고, 사료 작물 경작과 방목지를 줄여 탄소 배출량과 산림 파괴를 감소시켜 ‘E’ 가치(환경 책임)까지 실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배양육은 최첨단 바이오 공정으로 생산되므로 식품 안전성과 품질 표준화가 용이해, 불투명한 도축·유통 구조에 비해 훨씬 투명한 지배구조(G) 확립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즉, 배양육은 이론적으로는 ESG의 세 축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드문 산업이지만, 이를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각 요소를 구체적인 경영 원칙으로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기업의 ESG 실천 사례와 시사점
글로벌 선도 배양육 기업들은 이미 ESG를 핵심 경영 가치로 설정하고 이를 브랜드 전략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업사이드 푸즈(Upside Foods)’는 탄소 발자국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해 연차보고서에 공개하고, 배양육 생산 과정의 에너지 사용량과 물 사용량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또한 싱가포르의 ‘이튼 저스트(Eat Just)’는 배양육 상업화 초기부터 윤리적 원료 공급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동물복지 단체와 공동으로 ‘무도축 인증’을 개발하고, 소비자가 생산 공정을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ESG를 단순한 마케팅 용어가 아닌, 투자 유치와 규제 대응, 소비자 신뢰 확보의 실질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배양육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탄소중립(Net Zero)’ 달성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배양육 ESG 모델 설계 방향
한국은 에너지·식량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글로벌 ESG 흐름에 뒤처질 경우 수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배양육 기업이 초기부터 ESG 원칙을 경영 핵심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선 ‘환경’ 측면에서는 생산 공정에서 사용하는 배양액 원료, 바이오 소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 활용 비율을 높이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스마트 공장 기술과 데이터 기반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을 적극 도입해야 합니다.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동물복지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상생 모델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 축산 농가가 배양육 원료 세포 공급자이자 생산 파트너로 참여해 새로운 소득원을 얻도록 하는 연계 비즈니스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지배구조’에서는 배양육 기업이 연구개발 과정과 품질 데이터, 인증 절차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AI 기반 공정 모니터링 데이터나 공급망 정보를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신뢰도를 한층 높일 수 있습니다.
ESG를 지속 가능성으로 연결하기 위한 과제
배양육 ESG 경영은 선언만으로 끝나면 의미가 없습니다.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성과 지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 물 사용량 절감 효과, 동물 도축 감소 추정치 등을 수치로 산출해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와 금융권도 ESG 경영을 실천하는 배양육 기업에 대한 투자 우대, 정책금융 지원,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초기 자본 부담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이는 ESG 실천이 단기 비용이 아니라 중장기 경쟁력이 된다는 인식을 시장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외 표준에 맞춘 ESG 인증 제도도 필요합니다. 한국형 ESG 인증이 마련되면 국내 배양육 제품이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ESG 성과를 기업 보고서나 브랜드 캠페인에 적극 반영해, 소비자가 ‘배양육을 선택하는 것이 곧 ESG 소비’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